이혼 후 뭐하고 살았나 - 11

너는 맨날 좋은 팀 타령만 하지 말고 너와 나를 돌아봐 너가 밴드 멤버 하고 회사 팀원 하나하나 챙기는 것처럼 우리 삶도 나와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야? 너하고 나도 한 팀이야

이혼 과정이 있기 전, 그나마 우리 관계가 조금의 온기를 가지고 있을 때, 아내(대부분) 또는 내가 아이를 재우고 나면 우린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둘 다 맨 정신에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기 때문에

술을 마시며 좋은 분위기로 시작해 이해 안 가는 쓰레기 영화와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를 잔뜩 보며, 영화 절반쯤 진행됐을 때면 우리는 꽤 많이 취했고 결국 대부분 언쟁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 사로잡혀 빠져나갈 수 없는 이야기. 실패와 실수 인정하지 않기. 똑바로 바라보지 않기.

영화가 어떻게 시작됐고 끝나는지도 모른 채, 누군가 울거나 누군가 기억을 잃어야 하루가 끝났다. 그게 우리의 엔딩 크레딧이었다. 크레딧이 올라가면 약을 먹고 잤다. 대부분의 밤 우리는 한 침대 쓰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매트리스가 템퍼였음에도 불구하고. 템퍼는 정말 좋은 매트리스를 만든다. 내 매트리스는 삼분의일에서 나온 매트리스다. 가격도 템퍼 삼분의일, 성능도 삼분의일이다. 삼분의일 매트리스 구입하는 날 당신네 제품에서 약간 템퍼의 향기가 납니다. 라고 했더니 무척 인정받은 표정을 지었던 상담사가 생각난다. 이혼 선고를 받는 날 법원에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템퍼는 가져갈거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전 아내가 말한 너하고 나도 한 팀이야 는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나는 그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너는 나를 팀원으로 대해줬어. 너는 너보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어. 아니 않았다.

네게서 집 열쇠를 받아내고 너를 밀어냈던 것처럼 나는 또 너를 밀어냈다.

순간 선택한 결정 몇 가지가 많은 것을 바꿨다.

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해. 나는 네게 배운 것이 많아. 너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을 아직 본 적 없어.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행복할 거야. 그럼 이선이도 행복할 것 같아.

팀으로 지낸다는 것이 무엇일까. 팀이 된다는 건 가족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유년시절 우리 가족이 싫었기 때문에. 더 좋은 가족이 있음 좋겠다 생각했다. 창조가족. 그런데 가족을 만드는 것에 대해 중요한 말이 빠져있다. 내 입맛에 맞는 가족

아마 아버지가 죽도록 싫었기 때문에 그런데 결국 나도 똑같은 거 아닌가?

나는 이 행태를 반복했다. 프렌지도 아일도 어쩌면 그래서 망한 것 같다. 싫으면 계속 싫어하기. 화내고 싫증내기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

아 근데 싫은 건 정말 싫다! 옛날보다 더 표현을 잘 하게 된 것 같아. 자랑스럽다.

원래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회사와 밴드, 그리고 이혼 후 진행된 이직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옛날을 돌아보니 진이 쭉 빠진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잊지 않고 꼭 안고 살 거야 그리고 어떤 누군가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 생각한다

역시 갑자기 분위기는 사랑

2022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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