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뭐하고 살았나 - 12 - 1
아마 이번 글은 이혼 전 전 전 전 전 뭐하고 살았나가 될 것 같다. 제목은 제목일 뿐
게임을 참 좋아한다. 어릴 때 큰집에 가면 가장 좋았던 것은 내 또래 아이를 볼 수 있기도 했지만 MSX를 할 수 있어서였다. 퀸플, 이스 시리즈, 니앙클, 룬마스터, 언데드라인, 세상의 모든 재미는 MSX 안에 다 있었다.
내가 도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언데드라인을 해봤기 때문이다. 도끼 4개 먹고 언데드 군단을 찍어 죽이는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최근에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게임을 했는데 언데드라인 생각 진하게 났다. 여기서도 도끼는 역시 좋은 무기더라. 뱀파이어 서바이버(줄여서 뱀서라고 하나?) 게임 참 재미있다. 음악도 웃겨.
난 네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죽였다고 해도 네 편이야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中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친구가 현재에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컴퓨터 게임을 복사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며 친해졌지만 그 친구는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을 할 줄 알았다. 피시 통신도 그 친구 때문에 시작했다. 단지 쥬라기 공원이라는 텍스트 머드 게임을 하기 위해
내가 넷카마 행세하며 결혼도 하고 쥬라기 공원 레벨 올릴 때 그 친구는 C언어로 텍스트를 직접 뿌리고 명령어를 입력하면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물론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많지는 않았었지만 놀라웠고 대단했다. 나는 그때 그에게 경외심을 가졌다.
시간이 흐르고 인터넷이 들어오고 꾸준히 컴퓨터와 게임을 즐겼다. 부모님은 게임을 죄악시했지만 나는 죄를 짓기로 했다. 이제는 아들과 마인크래프트를 하며 죄를 짓는다. 지금까지도 내가 컴퓨터 관련 일을 하며 먹고 살게 된 이유는 어릴 때 MSX와 그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듣는 음악도 많이 영향 받았다. 언제 한 번은 CD 선물을 핑계를 부모님께 돈을 받고 그에게는 테잎을 선물했다. 미안. 나머지 돈은 오락실에서 썼어. 철권 하느라. 한참 중2병을 뽐낼 때 대전으로 이사했다. 그는 내게 편지와 CD를 한 장 보냈다.
23분짜리 1번 트랙으로 시작하는 드림 시어터의 - A Change of Seasons 였다. 아 이상한 친구네. 23분짜리 곡이 어딨어. 이런 앨범은 처음이었다.
우린 온라인에서 늘 떠들었다. 음악과 컴퓨터 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친구 한 명 만났는데, 그는 바로 구와 숫자들, 전자양에서 기타를 치고 현재 솔로 음악활동 열심히 잘 하고있는 유모씨다.
우리 셋은 멋지다 마사루를 모티브로 이상한 사진을 찍었고 꽤 친해졌다. 언니네 이발관, 레이니썬, 그린데이, 노브레인 이 시절의 인디를 같이듣고 음악과 디아블로 2를 하드코어로 같이했다. 그 둘은 2000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다녀오고 흥분감에 내게 전화를 했다.
야 여기 졸라 멋있어! 우리도 밴드하자!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좋아 그럼 난 뭘 하면 될까? 남는 자리는 베이스 기타? 마침 대전에 있는 내 친구가 드럼 매니아를 잘 하는데 걔는 드럼 시킬까? 얼마 후 낙원 상가에서 15만원짜리 빨간 베이스를 샀다. Suba 라는 메이커였다.
내 인생의 첫 팀이 이렇게 결성됐다.
2022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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