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뭐하고 살았나 - 2
여전히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2019년 7월 이혼 숙려기간 도중 선릉의 어떤 식당에서 미소라멘 먹다 전화를 받았다. 황병승 죽었다고. 2018년 12월 홍대 근처에서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극도로 야위고 망가진 모습으로, 평소처럼 술 냄새를 풍겼다. 나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 부인과는 2008년 황병승을 중심으로 모인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코넬리우스 내한 공연을 보고 그 술자리에 왔다고 했다. 단독 내한은 아니었고 하여튼 뭔가 페스티벌이었다. 페스티벌이 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시대였다. 같이 좋아하는 음악에 관해 이야기했고, 특히 모과이 이야기를 했다.
술자리는 점점 산만해졌고, 나중에서야 늘 그런 식인 걸 알았지만 우리는 모두 황병승 집에 놀러 가 롤링 타바코를 대마초인 줄 알고 피웠다. 플라시보에 효과에 빠진 채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황의 죽음을 들은 날, 퇴근하고 바로 의정부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드디어 끝까지 갔구나. 끝까지 가서 이딴 식으로 개그를 치는 것이겠구나 단단히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관 안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복 입은 사람 중 한 명이 장례식장에 온 일행 몇을 홍대까지 태워줬다. 차에서 허클베리핀 음악과 몇 가지를 더 들었는데 허클베리핀 노래를 들으며 몇 명은 차에서 울었다. 어떤 사람은 주정을 부렸다. 기분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나도 살짝 눈물이 났지만,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의 죽음은 우리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신호일 뿐이었다.
집에 돌아가니 그녀는 나에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의 죽음을 서로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나는 손을 잡지 않았다.
2022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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