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뭐하고 살았나 - 4
아무하고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건 결국 같은 말이고, 식상하다는 표현도 부담스럽다. 무엇이든 반대하거나, 무엇이든 동의하는 사람이 바라보는 풍경은 결국 고립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하든 말든 인간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친하거나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몇 사람에게 연락했다. 좋아하는 친구와 현재를 고백하며 어떤 바에서 듀스의 너의 생일과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들었다. 능력이 있다면 그 시간을 길게 당겨 못생긴 필름이라도 되고 싶었다.
날 잘 안다고 착각했던 사람과 헛손질도 했다. 내가 아는 나와, 상대가 위로해주는 내가 일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위로의 긍정적인 영향력보다, 위로라는 영역이 만들어내는 공간 속의 나. 그리고 내 뇌 속의 내가 얼마나 불일치하는지 따위를 더 생각했다면 네게 사죄해야 할까?
고마워 너의 경찰 호출 해프닝
토로와 위로가 고립을 더 완전하게 만들었다. 판결까지 1개월, 더는 인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상대가 로봇이거나 내가 로봇이길 바랐다.
2022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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