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뭐하고 살았나 - 8 - 1
전 아내와 연애 때 서울 대공원으로 데이트 간 적 있다. 미어캣과 코끼리를 보고 츄러스를 먹었던가 말았던가. 리프트를 탔고 나는 무서워 벌벌 떨었다. 야외 데이트는 아마 거의 처음이었는데. 얼마나 실망했을까. 돌아오는 길에 참치를 먹었지. 그건 맛있었어. 이제 그 집은 없어졌어.
공원에서 누군가에게 부탁해 단둘이 나오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귀여운 척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나는 나를 싫어했지만 사진 속 나는 더 싫었다. 그래서 우리는 10여 년 가깝게 만나는 도중 결혼식과 신혼여행 때 빼곤 사진을 얼마 찍지 않았지. 너는 나를 신경 써줬지. 너는 그때의 나를 어떻게 버텼을까.
초등학교 졸업 사진이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가족사진관에 끌려가 사진을 찍을 때부터였을까. 그냥 부모에게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오래 각인됐는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본 대부분 가족사진은 클라이브 바커의 FPS 게임에 나오는 가족사진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가족사진을 세심히 보면 각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중 무서운 것은 전부 웃거나 전부 울거나 아니면 한 사람만 웃거나.
가족사진은 그냥 무섭다. 아니면 가족이 무섭거나.
그냥 옛날 생각이다. 표면만 보고싶다. 사진 뒤 피어오르는 연기는 무시하고싶어. 불이 난다. 불이 날 일도 없다. 연기는 없다. 연기도 없다.
표면만 보고싶다. 표면 내 표면이 그렇게 이상한가.
데이팅 앱 클럽의 첫번째 규칙은 사진이었다. 씨발 도저히 내 사진을 못 찍겠어
2022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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